서울의 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 속도가 고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보다 빨라지면서 고가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고가-저가 아파트 간 5분위 배율이 10년 7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져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수 결심 2년 미뤘더니 1억2000만원 더 필요해져=27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37로, 1년 전(4.62)보다 0.25 내려갔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 가격)을 하위 20% 평균(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1년 사이 5분위 배율이 떨어진 곳은 서울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서울 아파트 1분위(하위 20%) 평균가격은 1년 전보다 19.5%(7028만원) 상승한 4억3076만원으로, 올해 6월 4억원을 돌파한 뒤 불과 2개월 만에 6.8%(2747만원) 더 올랐다.
5분위(상위 20%) 평균가격은 1년 만에 12.9%(2억1527만원) 오른 18억8160만원으로 조사돼 이제 어느덧 20억원을 바라보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가 아파트값이 12.9% 오른 1년 동안 저가 아파트값은 19.5% 상승한 것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상위 20% 평균가격이 21.5%(3억3350만원) 오르는 사이 하위 20% 평균가격은 37.8%(1억1813만원) 올라 저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고가 아파트값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불과 1년 전 서울에서 저가 아파트를 한 채 사려 했다가 미룬 사람은 그동안 7000만원을 모아야 같은 집을 살 수 있고, 2년 전 같은 결심을 미룬 사람은 1억2000만원 가까이 자금이 더 필요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20∼30대가 '패닉 바잉'(공황 구매)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들이 중저가 아파트를 다수 매입하고 있어 서울에서 저가-고가 아파트값 격차는 더 좁혀지는 키맞추기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 기준 저가 아파트값 제자리…고가 아파트값은 24%↑=반면, 전국적으로 고가-저가 아파트 간 5분위 배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달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의 5분위 배율은 7.89로 조사됐다. 2010년 1월(7.91)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아파트 5분위 평균 가격은 8억6630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24.2%(1억6857만원) 올랐고, 1분위 평균 가격은 1억983만원으로 1년 전과 같은 수준(0.0%·-4만원)을 유지했다.
저가 아파트값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고가 아파트값은 24.2%나 오른 것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저가 아파트(1분위)값이 5.2%(607만원) 내리는 사이 고가 아파트(5분위)값은 34.1%(2억2039만원)나 껑충 뛰어 가격 격차가 더 벌어졌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