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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사다리가 없다”…실수요자들 ‘집포자’로 돌아선다

작성자
헤럴드경제
작성일
2020.09.11
#. 2018년 결혼한 회사원 구모(35)씨는 집을 살 여력이 안 돼 4억 6000만원짜리 전세로 신혼집을 구했다. 전세 계약이 끝나기 전에 이 아파트를 사겠다는 일념으로 저축액을 늘려 나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동안 집값이 폭발적으로 뛰었다. 정부 규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돈도 쪼그라들었다. 결국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구씨는 “전세 계약 연장이 된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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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 시장으로 재편하겠다고 나섰지만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각종 규제에 묶이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접는 ‘집포자’(집 사기를 포기한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집값은 오르고 대출은 줄면서 ‘주거 사다리’조차 사라져버렸다. 더구나 임대차 규제 등으로 전세마저 소멸의 길로 접어들면서 실수요자들의 비명은 날로 커져만가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기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현 정부 들어 각각 70%, 60%에서 모두 40%로 줄었다. 9억원 이상인 아파트를 살 때 9억원 초과분은 LTV가 20%만 적용되고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아예 대출이 안 된다. 대출은 당장 쌓아 놓은 자산이 많지 않은 실수요자에게 미래의 소득을 현재의 자산과 연결해주는 고리였으나, 이마저 일부 끊긴 상황이다.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가 택한 방법은 이른바 갭투자로 불리는 ‘전세 끼고 집 구하기’였으나, 이 역시 6·17대책으로 쉽지 않게 됐다. 서울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후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전세대출을 받아 전셋집에 살던 사람이 다른 집을 전세 끼고 산 뒤에 이후 자금이 생기면 그 집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 어려워진 것이다.

일반인이 사실상 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을 끼지 않고 평균 아파트값이 9억원이 넘는 서울에서 집을 사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부 세대에 주거 사다리가 돼줬던 수단마저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투기 수요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일명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이다.

최근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조만간 신용대출도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신용대출은 맞벌이 부부가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으로 통해왔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34)씨는 “무주택자가 6억원 이하 주택을 사면 대출 기준을 완화해준다고 했는데 서울 외곽도 6억원짜리 아파트 찾기가 쉽지 않고 맞벌이면 소득 기준에 걸려 혜택도 볼 수 없다”며 “결국 믿을 건 신용대출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세매물이 크게 줄어든 점도 주거 사다리 실종 우려로 번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강화된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추세다. 기존 청약대기·학군 수요에 실거주 요건 강화,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및 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따라 매물품귀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런 배경 속에 63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간 전세는 목돈을 강제로 저축해 미래의 집을 사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는데, 전세물건 자체가 줄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이어지는 연결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오피스텔 월세로 들어가거나, 전세를 찾아 수도권 인근지역으로 밀려나가는 ‘전세 난민’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전세가 급격하게 소멸하는 것은 주거 사다리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