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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판에 즐비한 ‘월세’…‘전세’가 사라지는 이유 있었다

작성자
헤럴드경제
작성일
2022.06.17
서울시 송파구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인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엔 현재(6월16일 기준) 392건의 월세가 나와 있다. 전세(348건)보다 월세 물건이 더 많다. 서초구에서 전월세 물건이 아예 없는 ‘반포주공1단지’를 제외하고, 가장 큰 3410가구 규모 ‘반포자이’에도 월세가 347건, 전세가 325건으로 중개업소에 월세 물건이 전세 보다 더 많다.

요즘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임대시장의 대세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상황이다. ‘전세의 월세화’, 혹은 ‘전세 소멸’ 현상이다.

이미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34만9073건(등기소와 주민센터에서 부여한 확정일자 기준) 중 월세 거래는 20만1621건으로 전체 임대차계약의 57.8%를 차지했다. 4월(50.1%)에 이어 두 달 연속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넘어섰다.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올 1월 46%, 2월 48.8%, 3월 49.5% 등 계속 커지고 있다.

아파트 임대만 분석한 자료도 나왔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구축보다는 신축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았다. 올 1~5월 전국 아파트 누적 임대차 거래건수는 38만3859건(수도권 23만2468건, 지방 15만1391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전세가 23만4354건(61.1%)으로 월세(14만9505건, 38.9%)보다 많았다. 그런데 입주 5년 이하의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월세 거래 비중이 53.7%(2만8582건)로, 전세 비중(46.3%, 2만4642건)을 넘어섰다. 전세가격이 높은 수도권 새 아파트 일수록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세의 월세화가 속도를 내면서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은 2년 전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이 국회를 통과할 때 크게 논란이 됐다.

2020년 7월 윤희숙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전세가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임대차3법 때문에 집주인이 전세를 놓는 데 대한 부담이 커지고,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2020년 7월31일 이후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후, 임대시장에 전세는 계속 감소하고 월세가 늘어났다. 윤 전 의원의 예상이 현실이 된 셈이다.

전세의 월세화는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당장 뛰는 전셋값이 문제다.

전세시장엔 현재 ‘이중가격’이 형성됐다. 4년간 올리지 못할 것을 고려해 한 번에 올린 신규계약 건과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5%만 올린 갱신계약 건의 가격차이가 수억원씩 벌어진 단지가 많다. 임대차2법을 시행한지 2년이 지나는 오는 8월부터 전세 갱신계약 건이 시장에 나와 새로 전세 계약을 맺게 된다. 대부분 집주인은 이중가격 상황에서 최소한 벌어진 가격 차이만큼 올리려할 것이다.

그런데 수억원씩 추가로 전셋값을 마련하기 어려운 임차인들은 오르는 전셋값 만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례다. 이달 7일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공급면적 80㎡ 전세가 7억5000만원(15층)에 계약됐다. 그런데 같은 달 2일 이 아파트 같은 크기 중엔 보증금 4억원에, 120만원(15층) 월세로 계약한 건도 있었다. 급등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임차인이 일부를 월세로 돌린 것이다.

최근 시장 상황에선 임차인도 월세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환경과 금리 인상 때문에 월세가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대출 이자가 비싸지니 차라리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세입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 이미 전세대출 금리는 전월세전환율(전세금 또는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환산율)보다 높다.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5월 31일 기준 연 3.26~5.35%로 최고 5%대로 올랐다. 그런데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4.2%다. 상황에 따라 월세를 내는 게 대출이자 보다 더 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꺾이면 월세화는 더욱 빨라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집값이 올라야 유지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10억원짜리 주택을 사 6억원에 전세를 놓는 집주인이 있다면 그는 전세보증금으로 받은 6억원을 제외하고, 4억원을 집에 묻어두는 것이다. 아울러 재산세 등 집을 보유하는 데 따른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 또 주택을 유지, 보수하는 비용, 시간이 지나면서 집이 낡아져 주택가치가 하락하는 감가상각도 부담해야 한다.

그래도 집주인이 전세를 놓는 건 시세 상승 기대감 때문이다. 전세를 놓은 기간 동안 집주인이 부담한 각종 비용과 집에 묻어둔 4억원에 대한 기회비용 만큼 집값이 올라야 본전이다. 그 이상 올라야 집주인이 전세를 놓는 이유가 생긴다.

최근 전세의 월세화, 전세 소멸이 다시 화두가 된 배경엔 지난해 말부터 주춤해진 집값 흐름도 작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세시대는 정말 끝이 날까. 전문가들은 전세제도가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기본적으로 전세를 놓는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셋값은 돌려줘야 할 빚이다.

지난해 말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주택 전월세 보증금 규모 추정 및 잠재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세 부채(임대차보증금) 규모는 850조5783억원에 달했다. 2018년 710조2736억원, 2019년 782조608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전셋값이 20~30% 정도 폭등했다는 걸 염두에 두면 2022년 현재 기준으로 전세 부채는 1000조원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들이 이렇게 많은 빚을 갚아가며, 적극적으로 월세로 돌릴 가능성은 낮다.

특히 고가 전세는 월세화가 본격화하기 어렵다. 금융권에서 고가 전세의 기준이 되는 9억원을 월세로 돌린다고 가정하자. 현재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 4.2%를 적용해 계산하면, 월 315만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 웬만한 고소득층이 아니라면 매달 주거비로 내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임대시장이 가격대별로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기 쉬운 저가 주택은 대부분 월세로 바뀌고, 중간 가격대는 반전세가 대세를 이루며, 고가 주택은 전세가 주도하는 구도로 임대시장이 재편된다는 것이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새 정부가 임대차3법에 대해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보완입법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임대차 제도도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전세의 월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