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경매7계.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1차’ 85㎡(이하 전용면적)가 경매에 나와 8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가 29명이나 몰렸지만 낙찰가는 감정가(9억6200만원)를 넘지 못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6%였다. 이날 이 법원엔 다른 아파트 2채의 경매도 진행됐으나, 응찰자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같은 날 이 법원 경매5계에선 아파트 6채의 경매가 진행됐으나 응찰자가 한명도 없었던 4채는 유찰되고, 두 채만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된 물건의 낙찰가율은 각각 80%, 85%였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경매물건은 늘어나고 있는데, 유찰되는 물건은 쌓이고 있다. 낙찰률(경매물건 대비 낙찰물건수)과 낙찰가율은 모두 역대급 하락 추세를 보인다.
31일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법원에서 진행된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93.7%로 전월(96.6%)보다 2.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 감염증이 본격화해 법원이 문을 닫았던 2020년 3월(83.3%)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이달 경매가 진행된 서울 아파트는 74채로 2020년 9월(93채) 이후 가장 많았다.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는 4월 38채, 5월 59채, 6월 64채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매매시장이 극심한 거래난을 겪으면서 결국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이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낙찰률은 낮은 편이다. 이달 경매가 진행된 서울 아파트 중 27채가 낙찰돼 낙찰률은 36.5%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낙찰률은 50%였다.
경기도와 인천시 등 다른 수도권 지역 아파트의 경매 시장은 역대급 침체를 겪고 있다.
8월 경기도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2.9%로, 2014년 1월(82.2%) 이후 8년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 기간 경기 아파트 낙찰률은 44%로 2019년 8월(42.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도도 아파트 경매 물건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에만 218건의 아파트 경매가 진행돼 2021년 6월(265건) 이후 처음으로 200건을 넘었다.
수도권에서 경매지표 하락폭이 가장 심한 곳은 인천이다. 8월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은 78%로 2013년 9월(77.9%) 이후 8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낙찰률은 30.5%로 2004년 4월(28.3%) 이후 18년4개월 만에 최저 기록이다.
인천 아파트 물건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8월 진행된 인천 아파트 경매는 모두 82건으로 2020년 11월(136건) 이후 가장 많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에서 역대급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매로 넘어오는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경매에서도 집값 하락을 예상하고 소극적으로 입찰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