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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계약 세입자가 당장 보증금 달라니요”…임대차 악법에 피눈물 흘리는 집주인

작성자
헤럴드경제
작성일
2022.12.15
# 올해 2월 임차인으로부터 5% 계약갱신청구권을 받아 세입자와 재계약을 한 집주인 A씨는 지난 10월 청천벽력의 통보를 받았다. 세입자가 갑작스럽게 방을 빼겠다고 연락을 취해온 것이다. 세입자는 A씨에게 2020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들이밀며 “다른 집을 새로 계약했으니 3개월 안에 보증금을 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A씨는 “지난 2월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 계약했으면 시세대로 받았을 텐데 2억가량 손해보고 재계약을 해줬더니 갑자기 나가겠다고 돈을 내놓으란다”며 "도대체 몇 억을 통장에 두고 사는 사람이 한국 사람 중에 몇이나 있겠나. 갑자기 나가겠다면서 보증금 당장 내놓으라니, 평화롭던 가정이 파탄이 났다”고 토로했다.

2020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전월세시장에 일대 대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임대차 악법’이라는 격앙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임대차시장의 혼란은 세입자들이 가팔라진 전셋값 하락세 속에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면서 빚어지고 있다.

애초 2009년 개정된 임대차보호법 제6조2항에서는 묵시적 갱신을 통해 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만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 통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대차보호법이 2020년 재차 개정되면서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성사된 계약 역시 제6조2항 조항을 준용하도록 했다. 다시 말해 5% 갱신계약을 통해 주인과 정식 계약을 맺었어도 세입자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언제든지 이사 등의 이유로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역차별적인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전셋값을 5% 올린 임대인만이 이 법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임대인이 5% 이상 올린 경우에는 완전한 재계약으로 보기 때문에 중도 계약해지를 통보하지 못한다. 이를 두고 A씨는 “5%만 올린, 선량한 임대인만 바보되는 악법이 어디 있냐”며 “악덕 임대인은 대우받고, 상생 임대인은 호구 임대인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개정된 임대차법의 이 같은 허점은 임차인의 무리한 요구로도 이어지고 있다. 임대차법을 빌미로 계약 후 보증금을 깎아 달라는 사례가 목격되면서다.

실제 최근 마포구에서 집을 임대하고 있는 B씨는 4억원에 전세 재계약을 했는데 임차인이 부동산을 통해 “5000만원을 깎아주지 않으면 나가겠다”고 요구한 사실을 전달받았다. 이 임차인 또한 5%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만큼 중도해지 조항을 들어 이 같은 요구를 했다. B씨는 “보증금을 당장 내놓으라니, 부동산 중개업자까지 배석해 10만원까지 내고 계약서를 썼는데 무용지물이 됐다.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이럴 거면 계약서는 왜 쓰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법”이라고 억울해했다.

이 같은 법 현실에 일선 공인중개사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도 판교에서 20년 가까이 부동산중개일을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종종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세입자가 있다. 집 가진 사람이 죄인이 된 세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영업하는 한 중개인도 갱신 후 중도해지 때문에 찾아오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시세만큼 올리지도 못하고 임차인이 3개월 내에 나가겠다고 해버리면 할 수 없이 돈을 내줘야 되는데 나라가 세입자 중심으로 형평성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졸속 행정이자 집주인이 멍 드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셋값이 많이 떨어져서 세입자로서는 중도해지하고 다른 싼 곳으로 옮기려는데 집주인만 돈이 없어 안달복달”이라고 덧붙였다. 금천구 시흥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법을 개정하면서 전세 가격이 이처럼 하락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졸속 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임대차분쟁 해결의 주무기관인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마저 해당 사안에 대해 “집주인에게 무조건 불리한 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부조리한 법 현실에도 법 개정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대인이 억울한 상황이어도 법에 명시돼 있는 조항인 만큼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임상영 법무법인 테오 대표변호사는 “법 취지 자체가 임차인이 언제든 나갈 수 있고, 집 계약을 하면서 피해를 보지 않게 하는 데에 있다”면서 “임대인이 더 여유 있다고 전제한 상황에서 나온 법이기 때문에 법 개정을 하지 않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마저도 딱히 대안을 못 내놓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 이름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인 만큼 임차인 보호가 주된 운영 취지”라며 “사회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보다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보고 제정·운영하고 있어 예기치 못한 상황은 반영돼 있지 않다”면서 “법에 명확히 나온 규정이라 임대인들이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대안은 딱히 없다고 본다”고 했다.

[헤럴드경제=박자연·신혜원 기자]nature68@heraldcorp.com/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