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공인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올 하반기 집값을 ‘하락 전환’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은 보합 수준의 미미한 변동률을 보이지만, 지방에서 많이 떨어져 내리막길에 들어선다는 전망이다. 민간 연구소나 정보업체가 집값 하락을 전망한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정부 공식 기관이 집값 하락을 전망하는 건 흔치 않다. 감정원 전망치는 정부가 주택정책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공식 지표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1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 하반기 주택값은 수도권(0.2%)의 미미한 상승과 지방(-0.9%)의 침체로 전국적으로 0.1%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올 하반기 매매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7%나 급락한 37만 건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채 원장은 “주택입주물량 증가, 지역산업 경기침체, 금리인상 압박 및 보유세 개편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주택공급이 증가하는 지역이나 지역산업 경기가 침체되는 지역은 가격하락세가 확대되는 등 지역별 차별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시장은 침체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은 수도권(-0.9%)과 지방(-1%) 모두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 아파트 준공으로 입주량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공급이 쏟아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감정원의 판단이다.
채 원장은 “입주물량이 내년에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미입주’ 및 ‘역전세’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미입주’와 전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셋값이 떨어지는 ‘역전세난’이 본격화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준공 단지마다 입주자가 없는 ‘빈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도한 대출을 통해 집을 샀거나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갭투자’를 했던 투자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실장은 “올 하반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2012년 이후 6년만에 집값이 하락 반전하는 것”이라며 “매수심리가 그만큼 위축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반기기준 전국 주택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건 2012년 하반기(-1.34%) 이후 없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