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지정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이미 ‘억’단위로 값이 뛰고 있는데”
정부의 부동산 시장 추가 규제가 임박했지만 ‘투기지역 지정 0순위’로 꼽히는 서울 동작구는 차분한 모습이다. 폭풍전야의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8월 셋째주까지 동작구의 아파트 가격은 7.29% 올랐다. 이는 용산구(8.75%), 마포구(7.75%), 송파구(7.3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1억원 올랐으면 이 동네에선 적게 오른 편”이란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은 폭등을 체감하게 한다.
동작구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른 용산, 마포, 송파구는 모두 투기지역이다. 동작구는 투기과열지구이지만 투기지역은 아니다. 동작구가 서울의 12번째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동작구는 집값 상승률등 투기지역 지정을 위한 정량지표들을 모두 충족한다.
투기지역이 되면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되지만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흑석뉴타운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가 투기수요 유입은 좀 억제될지 몰라도 이미 호가가 억원 단위로 뛰는데 팔고 나갈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영등포는 투기지역인데 왜 동작구는 그동안 투기지역이 아니었는지 묻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흑석뉴타운은 거래가 됐다하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아크로리버하임(7구역ㆍ1073가구)의 전용84㎡ 분양권은 최고 17억원까지 치솟았다. 일반 분양가(7억8000만원)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같은 달 입주가 예정된 롯데캐슬에듀포레(8구역ㆍ545가구) 역시 가격 대는 아크로리버하임보다 다소 낮지만 상승폭은 비슷하다. 여기에 흑석뉴타운 내 가장 규모가 큰 3구역과 9구역 기대감도 가세하고 있다. 덩달아 입주 10년이 되지 않은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흑석한강푸르지오 등도 키맞추기를 하고 있으며 동작구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강남 출퇴근이 편한 지하철 2호선과 7호선 라인에 걸쳐 있는 새 아파트까지 상승 불씨가 퍼졌다.
흑석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9호선 황금라인, 한강 조망 등 집값 상승 이유를 대라면 10개면 10개, 20개면 20개 다 댈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집을 살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급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양도세를 확 높이자 집을 팔까 하던 사람들도 차라리 제2금융권 가서 돈 빌리겠다며 마음을 접는다”면서 “집있고 돈 있는 사람이 시세상승을 즐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