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방화동 도시개발 2단지 아파트. 이 아파트는 정부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막은 6·17 대책 이후 서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파트(76건)로 집계됐다. 거래가 늘면서 값도 올랐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대책 이전 39㎡(이하 전용면적)는 2억9500만원(6월 14일, 2층)에 거래됐는데, 이달 8일에는 3억8900만원 신고가에 팔렸다. 대책 전후 1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6·17 대책 후 많이 팔린 아파트 10개 단지 중 3억원 이하 6개=정부는 지난 6월 17일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3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매수 시, 전세자금 대출을 회수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수에 나서는 것을 방지해 실거주 수요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3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거 매수세가 몰리면서, 저가 아파트의 가격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6·17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10곳 가운데 6곳은 3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단지로 집계됐다. 이들 단지에 거래가 늘자, 값도 덩달아 올랐다.
도시개발2단지에 이어 가장 많이 팔린 아파트는 72건의 매수 계약을 맺은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였다. 해당 아파트는 3억원 이하는 아니지만, 59㎡가 6·17 이전만 해도 6억원 아래의 중저가 단지였다. 그러나 현재는 6억원 아래 매물은 없다. 지난달 25일 6억7000만원 신고가에 팔렸기 때문이다. 대책이 나오기 전인 6월15일 중층의 매매가는 5억3000만원으로 이보다 1억4000만원이 낮았다.
사정은 67건으로 해당 기간 많이 팔린 단지 3번째를 기록한 도봉구 방학동의 신동아 1단지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62㎡도 6월 대책 이전에는 3억원에 팔렸는데, 지난달 말에는 3억85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집값의 30%가 급등했다. 이 밖에 노원구 중계주공 2단지, 마포구 공덕 헤리지움, 노원구 은빛 2단지 등 2~3억원대 아파트 단지들은 일제히 1억원 전후가 올랐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1분위(하위20%)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초 3억7467만원에서, 6월 처음으로 4억329만원으로 4억원을 넘겼다. 7월에는 4억2312만원으로 더 뛰었다. 사실상 서울 시내에서 3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평균 20%도 안된다는 이야기다.
▶초고가 아파트 숨고르기 들어가도, 중저가는 값 오를 수 있어=정부가 잡고 싶어했던 고가 아파트 값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송파구 잠실동 파크리오(61건, 4위)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 가운데 거래량 10위에 포함이 됐는데, 5개의 면적별 주택형 모두 지난달 일제히 신고가에 팔렸다.
7월 7일에는 121㎡가 24억2000만원에 최고가를 새로 썼고, 20일에는 84㎡가 21억2000만원에, 144㎡가 25억원에 각각 신고가에 거래됐다. 22일에는 59㎡가 17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가격을 높였다. 아직 8월 거래건에 대한 실거래 신고는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초고가 아파트와 중저가 아파트가 따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는 시중 유동성이 많아 곧바로 급락하진 않지만, 당분간 거래 위축 속에 숨고르기에 나설 수도 있다”면서 “서울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연내까지 집값은 상향 평준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17 규제 이후 3억원 대 아파트 값이 오르고 거래가 증가한 것과 달리, 고가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줄고 갭투자도 감소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권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이뤄진 갭투자는 860건으로, 6월(1885건)에 비해 54.4% 줄었다. 갭투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강남구는 6월 66.0%에서 7월 56.5%로 9.5%포인트 내렸고 송파구(46.2%)도 지난달 6.9% 포인트 감소하며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