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대학교들이 2학기도 비대면 수업으로 가면서,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요. 다만, 학생들이 올해 2월에 이미 혼란을 한번 겪어본 터라 계약금은 안 넣고 구두로만 계약하겠다고 눈치싸움이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다 빠진거죠.”(신촌 서강대 인근 A공인)
올 하반기 들어 몰아친 세번의 부동산대책과 코로나19 재확산이 지역별 빌라 임대차 시장 분위기를 좌우했다. 대학생 월세 수요에 의지하는 대학가 인근 주택은 늘어나는 공실에 골머리를 앓고, 역세권 빌라는 전셋값 폭등과 매물 품귀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가을학기도 온라인으로, 대학가 원룸 ‘썰렁’=26일 서울 신촌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수도권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대학가 인근 빌라와 오피스텔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연세대·서강대 등 이 지역 학교들이 연이어 가을학기 수업도 비대면 온라인수업으로 결정하면서 학생들의 수요가 급격히 빠졌기 때문이다.
신촌역 인근 B공인 대표는 “여기가 이랬던 적이 없는데, 월세 계약이 안돼 찾아온 집주인이 일주일 새 세 명이나 있었다”며 “전세가 수익성이 낮지만 월세만 고집해서 비워두지말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신촌지역 전세매물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아서 공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세권 빌라 전세, 5개월만에 호가 5000만원 뛰어=이와달리 원룸·투룸 다세대 빌라 공실을 호소하는 대학가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오히려 빌라 전세 물량이 씨가 마른 상황이 목격된다. 실제 2호선과 6호선이 함께 지나는 합정역 인근은 최근 전셋값 호가가 크게 상승했고 물량도 부족하다. 이 지역은 여의도·영등포 권역 출퇴근 직장인 수요가 뒷받침되고, 홍대 인근으로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합정역 인근 C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최근 몇달동안 전셋값을 많이 높였다”면서 “금액이 높아 집이 쉽게 빠지지 않아도 낮추지는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역 인근 10년차 내외 29㎡ 면적의 빌라는 올해 2, 3월에만 해도 1억8000만~2억원대에 전세금액이 형성돼 있었으나, 8월의 현재 호가는 2억3000만원~2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D공인 대표도 “빌라 갭투자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오니까,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매매가에)꽉 채워서 팔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호가만 높아진 게 아니라, 기존에 살던 사람들도 대부분 안 나가고 재계약을 하려는 추세여서 신규 전세 매물은 가뭄에 콩 나듯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7월 단독·다세대·연립주택의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6816건으로 전달 대비 14.0% 하락했다. 반면 매매거래량은 지난달 대비 896건 증가, 12.0% 상승한 8392건(연립·다세대 7170건, 단독·다가구 1222건)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 세부담에 화들짝…신축빌라 분양 포기=7·10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에게 취득세율이 최대 12%까지 높아지자, 신축빌라 분양을 받았다가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를 들어가려고 했던 세입자들이 중간에서 계약이 붕 뜨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합정동과 마주한 망원동의 경우 구축 빌라를 허물고 신축 빌라를 세우는 공사가 잦다. 망원역 인근 E공인 대표는 “이번에 분양한 신축빌라에서 전세 세입자까지 다 구했는데, 집주인이 돌연 포기해서 세입자가 급하게 집주인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수자는 주택 2채를 소유한 다주택자인데, 이 빌라까지 구입하면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해 계약을 파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신축빌라의 경우 전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갭)가 5000만원 안쪽이라 투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에서도 “신축빌라는 그동안 매수자들이 주로 전세를 낀 갭투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세금이 크게 늘어나 부담이 되고 있다”며 “결국 빌라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