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동산 완화책으로 늘어난 가계 빚이 1300조를 넘어서며 경제를 옥죄는 시한폭탄이 됐다. 2017년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국내 건설경기와 부동산의 위축이 재앙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든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규모는 1295조8000억원이었다. 전 분기보다 3.0%(38조2000억원), 지난해보다 11.2%(130조9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활황세가 여전했던 분양시장은 가계부채 증가의 촉매였다. 실제 3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의 절반이 넘는 20조6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로 파악됐다. 예금은행, 비은행예금취급금액, 주택금융공사의 증가액을 합한 규모다. 업계는 신규 주담대의 약 40%가 아파트 집단대출로 추정하고 있다.
3분기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액은 13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주담대 증가세는 비은행권에서 소폭 꺾였지만,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주택금융공사 등의 주담대도 전 분기 1조1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3분기 가계부채 증가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38조2000억원)와 비슷하다. 금융당국은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했지만 ‘집단대출’을 제외하면서 역효과를 불렀다. ‘약발’은 없었다. ‘내집 마련의 마지막 기회’라는 분위기는 조급한 수요자를 분양시장으로 이끌었고, 목돈이 없는 이들은 가능한 금융권에 손을 벌렸다. 집단대출 규제가 골자인 ‘8ㆍ25 대책 후속조치’가 나오고 돈줄이 막히면서 일부 수요자들의 불만은 높아진 상태다.
이자가 많더라도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갈아타는 이들도 많았다. 실제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은 상가 등 비주택을 담보로 걸어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 신용대출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영향으로 비은행 기타대출은 늘었다. 3분기 비은행 기타대출 증가액은 7조5000억원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은행 기타대출은 일반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아 상환이 더 어렵다.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2금융권으로 옮긴 저신용자들의 ‘짐’은 앞으로 더 무거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주담대 금리는 이미 상승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은 금융권에 이미 선반영된 상태”라며 “동결기조를 보인 한은도 내년 미국의 추가 인상 움직임 때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설투자의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주택 공급과잉과 SOC 예산축소로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이 절반 이하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GDP에 대한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올해 1.5%포인트에서 내년 0.5%포인트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연구소는 주택금융 규제 강화와 주택공급 축소로 둔화세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추가 경기 부양책이 힘들다는 점도 부정적인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앞서 정부는 DTI(주택담보인정비율)와 LTV(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앞세워 빚을 내 집을 사도록 유도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주택시장이 경기와 무관하게 가계대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에 유동자금이 몰리는 부동산 거품의 원인이 대출규제 완화라고 지목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불가피하다. 8ㆍ25 가계부채 대책과 11ㆍ3 부동산 대책, 11ㆍ24 후속조치 등 주담대와 청약시장 관리 방안의 효과는 내년부터 드러난다. 실수요가 탄탄한 수도권에 투자수요가 집중되면서 지방과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이후 수도권 주택 매매는 전세가구 수의 4%에 불과했다. 매매로 돌아설 수 있는 수요층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반면 지방광역시와 기타 지방은 각각 77%, 105%로 실수요가 소진됐다. 매매 전환과 투자수요의 감소는 당연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동조할 수 밖에 없어 이자 부담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