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주택경기 개선에 발맞춰 잇달아 아파트에 브랜드를 도입했던 건설사들이 최근에는 별칭을 사용해 단지의 특성을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방배아트자이를 분양한데 이어 다음달에는 서청주파크자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신촌그랑자이를 분양했다. 같은 ‘자이’ 브랜드를 가진 아파트지만 각각 아트와 파크, 그랑 등 다른 별칭이 사용됐다. 그랑(GRAN)은 거대함을 뜻하는 라틴어 ‘grandis’를 어원으로 하는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지역을 대표할 대규모 단지에 주로 사용된다.
신촌그랑자이는 총 1248가구로 마포 지역에서 보기 드문 대단지인데다 앞으로 주변 지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변모할 예정이란 점도 고려됐다. 아트자이는 특화된 외관을 고려한 별칭이다.
현대건설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역시 뫼비우스 띠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반영한 이름이다.
최근에는 별칭을 통해 숲이나 공원 같은 자연환경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다. 파크자이는 의미 그대로 주변에 공원이나 숲이 있을 경우 사용된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춘천한숲시티’, 현대산업개발의 ‘신촌숲아이파크(IPARK)’ 등도 주변환경을 중시해 이름을 지은 단지들이다. 리버나 하버 등은 강, 바다를 강조한 이름이다.
반면 경희궁자이처럼 지역이나 명소 자체가 주거환경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는 경우 별다른 수식어 없이 브랜드만 붙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삼성물산이 서초구에 짓는 래미안리오센트처럼 처음 들었을 때는 의미를 바로 알기 어려운 별칭도 있다.
리오센트는 강을 뜻하는 ‘리오’(Rio)와 중심(Central), 아름다운(magnifiCent), 빛을 내는(luCent) 등의 뜻을 나타내는 ‘센트’(Cent)’가 합쳐진 이름이다.
아예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여 차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다. 다만 자칫 기존 브랜드에 위화감을 줄 수 있어 도입이 보편적이지는 않다고 다른 건설사 마케팅 담당자는 귀뜸했다.
이처럼 브랜드 앞뒤에 별칭을 붙이면 주택 소비자가 이름만 보고 장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홍보와 분양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는 게 건설사들의 판단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민이 특정 표현을 넣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별칭사용은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인위적인 별칭은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어 각 건설사마다 수십개의 별칭 후보를 올려놓고 각 단지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