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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계속되는 월세공제 실효성 논란

작성자
헤럴드경제
작성일
2017.01.23
회사원 김 모(29)씨는 서울 명륜동에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5만원(연간 660만원)짜리 원룸에 살고 있다. 김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다. 다름 아닌 세액공제 신청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세액공제를 신청하면 임대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돼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연간 월세 납부액의 10%인 66만원을 공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가 아까웠지만 집주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말을 듣지 않았다 행여 불이익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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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정산 때마다 월세 세액 공제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입자는 부담을 덜기 위해 세액공제를 받길 원하지만 집주인은 임대수익이 드러나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을 걱정해 신청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액 공제 신청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돌고 있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45.2%로 전년대비 1%포인트 증가했다. 2011년(33%)부터 꾸준한 상승세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순수 월세는 제외된 수치이기 때문에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월세 가구 비율은 22.9%로 전세 가구 비율(15.5%)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15년 월세 가구 비율(22.9%)이 전세 가구 비율(15.5%)를 넘어선 상태다. 저금리 기조로 전세의 월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월세살이 가구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월세세액공제는 전용 85㎡ 이하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에 사는 연봉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단독세대주 포함)이라면 누구든 받을 수 있다. 공제 금액은 연간 지급한 월세의 10%(최고 75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올 한해 월세 55만원짜리 원룸에 산 세입자는 월세 총액(660만원)의 10%인 66만원을 과세대상에서 공제받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월세 공제 혜택을 받는 세입자는 많지 않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월세공제 대상이 연봉 5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였던 2014년 연말정산 월세공제 신청자는 11만6800명이었다. 2015년부터는 소득기준이 연간 7000만원으로 늘었지만 신청자는 16만2484명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도 신청자는 전체 월 세입자의 10%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이유는 상당수 집주인이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월세 계약을 할 때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다. 전입신고가 돼 있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계약서에 특약 조항으로 넣거나 각서를 쓰는 방법으로 세액공제 신청을 사전에 막기도 한다. 일부에선 공제를 받아주는 대신 월세를 올려받기도 한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세입자로선 주인의 요구를 무시하긴 쉽지 않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경정청구(법정 신고기한 내에 세금을 냈지만 부당하게 세금을 더 냈거나 잘못 낸 경우 5년 내 돌려달라고요청하는 것)가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후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놓치기 쉽다.

한 월세 세입자는 “세입자에 대한 보호 장치없이 월세 공제를 알아서 신청해서 받아라는 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월세 공제를 거부하는 집주인은 법률상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월세 공제를 강제하고 월세 계약을 투명화해 집주인의 임대소득을 정부가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이 월세 공제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월세를 깎거나 월세 공제 대상이 아닌 사람을 가려 받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주택 매매신고처럼 전월세도 신고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현행 월세 공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면서 “월세 공제를 거부하는 집주인을 대상으로 계도기간을 주고 과세 추징을 하는 등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정부가 정말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주거비보조의 확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ㆍ월세 상한제 도입, 임대차등록제 등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