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최근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두 달 전 계약한 아파트 호가가 수 천만원 뛰었기 때문이다. 잔금을 치르는 날 매도자는 김 씨에게 “잘못된 정보 때문에 손해봤다”며 따지듯 불평을 늘어놓았다. 김 씨는 “줄줄이 정부 규제가 나오자 안절부절 못했던 본인 모습은 기억하지 못하고 마치 중개업소가 매수자 편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데 할 말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올해 유달리 시장 안팎의 풍랑이 거셌던 탓에 중개업무에 어려움이 컸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줄곧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지난 2~3년과 달리 오리락내리락이 심했던 데다 지역별로 집값 움직임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매달 0.5~0.6%가량 뛰었다. 2016년 들어서도 1분기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화살표를 굳건히 위로 세우며 지속 상승했다. ‘빚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 정부 당시의 부동산 호황기엔 하루라도 빨리 매입을 하는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11ㆍ3대책을 시작으로 탄핵정국과 조기대선 그리고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홍수 속에 시세가 널뛰면서 상황은 180도 변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숨을 죽이던 아파트 값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책인 6ㆍ19대책이 나오자 오히려 한달 만에 0.99%나 뛰며 규제를 호재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집값 행진은 8ㆍ2대책의 영향을 바로 받은 9월 0.01% 뒷걸음치며 빠르게 식었다.
잡힐 듯 보였던 집값은 그러나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1ㆍ2차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등에도 오히려 11월 0.43% 상승하며 규제 이전의 열기를 회복하고 있다. 누군가는 집을 싸게 살 수 있었던 때가 있었고 반대로 시세 상승의 기쁨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었던 셈이다. 이는 특히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강남4구의 6월 아파트값은 무려 1.62% 뛰었다가 9월엔 0.09% 빠졌다. 이 지역 아파트값이 한 달새 1.62%나 오른 건 이 때가 처음이다.
중개업소들은 그야말로 중간에 낀 신세가 됐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싸게 샀다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어도 손해봤다고 화를 내는 건 다반사”라고 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세입자의 하자보수를 그동안 집주인 대신 맡아 처리해줬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앞으로는 절대 여기랑 거래하지 않겠다는 으름장만 놓고 가더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반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문의전화가 줄을 잇는데 거래량이 급감해 적정호가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쉽사리 집값 전망이나 영향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