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지난 1년간 평균 3억원 가까이 뛴 고가 아파트에 비해 저가 아파트는 2000만원 정도 오르는데 그친 결과다. 정부가 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잇따른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양극화만 더 심해지는 모양새다.
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은 4.8배로 국민은행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 해 상위 20% 평균가격(5분위)을 하위 20% 평균가격(1분위)으로 나눈 값이다. 고가 주택이 저가 주택과 비교해 몇 배 비싼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와 저가 간 가격 차이가 심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2014년 7월 3.9배에서 그해 8월 4.0배로 오른 후, 줄곧 4.1~4.2배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4.4배로 뛰었고, 12월 4.5배로 더 높아진 후 올 2월까지 같은 배율을 보였다. 최근 1년간 격차가 많이 커졌다.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5분위 평균가격은 11억8201만원에서 14억6711만원으로 2억8510만원이나 뛰었다. 1분위 평균가격은 2억8233만원에서 3억484만원으로 2251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아파트에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을 합한 서울 전체 주택의 5분위 배율은 이미 5배를 넘었다. 전체 주택의 5분위 배율은 올 2월 5.0배로 처음으로 5배를 넘더니, 지난달 5.2배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주택 양극화 현상은 지역별 아파트 시세 변동률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년 서울 아파트는 평균 8.68% 올랐다. 그런데 이 기간 은평구(3.52%), 강북구(4.05%), 종로구(5.04%), 성북구(5.26%), 중랑구(5.46%) 등 저가 아파트가 몰린 강북 지역은 서울 평균 상승률에도 못미쳤다. 반면, 강남구(13.75%), 송파구(13.76%), 강동구(12.34%),양천구(9.51%), 영등포구(9.47%)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지역은 대부분 평균 이상 올랐다.
최고가 아파트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고가 아파트 시세 흐름을 보여주는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달 145.5로 작년 동기대비 29.46%나 급등해 역대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이 지수는 매년 12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 아파트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나타낸다. 강남 타워팰리스, 서초 반포래미안퍼스티지 등 주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이 포함돼 있는 고가 중에서도 가장 고가인 아파트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 대책 등으로 다주택자들 사이에 ‘똘똘한 한 채’만 남겨두려는 성향이 생겼다”면서 “규제로 인기지역 주택은 희소성이 더 커져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