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이 적체되며 조정되거나 하락세가 시작된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상경하는 모양새다. 하반기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경기도 입주물량이 급증하면 서울과 강남의 전셋값 둔화와 매매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 22만8000가구를 시작으로 2018년 상반기 22만1000가구, 하반기 22만5000가구로 역대 사상의 최대 입주물량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약 45만 가구를 비롯해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약 40만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입주물량이 급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하락세는 지방에서 경기ㆍ서울로 확대될 것”이라며 “신규주택보다 기존주택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규제와 금리 인상도 악재다. 미국 금리 인상에 이어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장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30개월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약 3.1~4.2%에서 3.6~4.9%로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선반영된 영향이다.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격차는 2015년을 기점으로 계속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인포가 부동산114의 집값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 4월 기준 서울은 전세가에 3억원을, 경기는 8800만원을 더 보태야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는 2015년 대비 서울이 1억6756만원에서 3억195만원, 경기가 6969만원에서 8805만원이 벌어졌다.
자치구별로는 전셋값에서 1억원을 보태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지역이 지난 2015년 9곳에서 4곳으로 줄었다. 강남구는 8억원 이상을 보태야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할 수 있었다. 5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지역도 4곳(강남ㆍ서초ㆍ송파ㆍ용산구)에 달했다. 특히 강남구는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4억원에서 3년새 2배 벌어진 8억2249만원으로 집계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가 벌어지면 시장도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며 “서울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몇 달 새 수 억원씩 떨어지는, 이런 상황에서 매매가격이 홀로 독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체지역인 경기도로 인구가 이동하는 현상도 집값 하락의 또다른 전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경기도 인구는 1271만명이다. 서울은 993만명이다.
김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지방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엔 경기가, 하반기엔 서울의 주택시장이 점진적으로 가격 조정국면에 들어갈 전망”이라며 “다만 향후 자사고ㆍ특목고가 폐지될 경우 학군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찬수 기자/an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