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전반적으로 조정장에 들어서며 강남 집값도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는 새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 기대감과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으로 강남 집값은 조정장에서도 굳건하다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과거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맞았던 시절의 데이터를 보니 강남 집값이 다른 서울 지역들보다 더 큰 조정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6·7차’ 157㎡(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55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는 58억원으로 5월에 거래됐는데, 한 달 만에 3억원 떨어진 값에 손바뀜 된 것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64㎡도 지난달 29일 42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달 초 거래된 43억5000만원보다 1억원 낮아진 수준이다.
이처럼 부동산 조정 국면에서의 강남 집값 하락세는 과거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수도권 집값이 약세에 접어들 때(2008년 1월~2014년 1월) 강남3구의 아파트값 하락률이 서울 전체 하락률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수도권 아파트값은 3.67% 떨어졌고, 서울시도 2.98% 하락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같은기간 강남3구의 집값 하락률은 크게 앞섰다. 당시 강남구는 10.37%, 서초구는 8.03%, 송파구는 9.73% 하락폭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영등포구는 4.38%, 강서구는 5.7%, 강북구는 4.14% 떨어졌고, 심지어 노원구는 4.92% 상승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가격추세는 실제 매매가격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R114가 과거 실제 매매가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는 2008년 말 3.3㎡당 1748만원이던 것이 2013년 말 1622만원(92%)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은 평당 3149만원에서 2843만원으로 90.2%대로 하락했다.
당시 강남 대장아파트들의 실제 매매 사례에서도 높은 가격 하락폭은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41㎡는 2008년 초 18억6000만원까지 올랐다가, 2013년 1월 13억2300만원까지 떨어졌다. 대치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2008년 4월 10억4500만원까지 올랐다가, 13년 8월 6억8000만원까지 떨어진 거래가 나왔다.
당시의 집값 하락세와 이번 조정국면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시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경기침체에 따른 조정국면이었다면 이번 조정은 세금 이슈가 크게 작용한다는 견해다. 즉 최근의 부동산 시장의 특이점은 세금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외곽지역 집을 내놓으며 서울 주변부터 집값 약세가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지난 상승장에서 시세차익을 거뒀던 집주인들이 서울과 경기 등 외곽지역 집들을 처분하며 매물이 늘고 일부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 최근 부동산시장”이라며 “새 정부의 250만호 공급정책에 따른 재건축 이슈까지 맞물리며 강남지역 집값을 떠받치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13일 사상 첫 0.5%포인트 금리인상까지 겹치며 당분간 집값 하락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특히 강남지역의 경우 집값이 크게 오르며 20억~30억원에 이르는 아파트들이 다수인 만큼 과거 대출을 통해 집을 산 다주택자들의 경우 금리인상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