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하늘에서 바라본 용산 미군기지 전경. [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이 같은 방침을 담은 ‘용산공원 조성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1200여개에 달하는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는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안에는 건물을 신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기존의 건축물을 활용하는 계획도 다시 짜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8개 건축물에 다양한 콘텐츠를 적용해 활용하려던 기존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정부는 미군부지 내 80여개의 건물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4월 정부는 ‘보전 건축물 활용방안 검토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8개 건물을 ▷국립과학문화관 ▷국립여성사박물관 ▷국립경찰박물관 ▷국립어린이아트센터 등으로 꾸미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각 시설의 성격에 따라 8개 정부부처가 운영하는 방안이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부처간 땅 나눠먹기”라며 반발하며 국토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일각에선 “민족ㆍ역사ㆍ생태공원으로 꾸민다는 용산공원 조성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조성 과정을 마치 개발사업처럼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철거하지 않고 남기기로 한 건축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확정하는 시점 등을 못 박지 않은 것이다. 당초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에는 2027년에 조성을 완료한다고 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보안상의 이유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유류저장고나 벙커 등 지하시설물은 미군기지가 이전하는 내년 이후 면밀히 살펴보고 유연하게 용산공원 조성계획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공원 안에 어떤 공간과 시설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선 꾸준히 시민들의 의견을 수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군이 떠난 뒤 진행되는 토양복구작업에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네덜란드 출신의 조경가인 아드리안 구즈와 승표상 건축사무소 이로재의 대표가 함께 수립하는 조성계획과 기본설계는 내년 중 완성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한미연합사령부와 국방부 자리다. 아무리 용산공원이 잘 꾸며지더라도 이들 시설이 현재 자리에 남게 된다면 반쪽짜리 공원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효상 대표는 지난 25일 용산공원 관련 전문가 특별대담회에서 “국방부가 외곽으로 나가고 그 터까지 공원이 돼야 (용산공원이) 완전한 국가공원, 도시공원이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역사, 조경, 건축, 도시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층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회의 결과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 공원 조성 방향을 두고 마찰이 빚었던 서울시를 비롯해 국방부, 문화재정 등 관계기관과의 공조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토론을 통해 용산공원 조성 청사진이 보다 진보하고 있으나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며 “조급함을 버리고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