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주택시장이 혹독한 연말을 겪고 있다. 통상 12월부터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감소하고 가격이 조정세에 들어가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 시점이 더 빠르다. 11ㆍ3 대책의 약효가 신규 분양을 비롯한 주택시장에 미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미친 집값’에 지쳤던 일반 수요자들은 이 기회에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아파트 상승세는 연말이 되면서 급격하게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1주차 아파트 매매가 변동폭은 전국적으로 0.01%에 그쳤다. 0.02%로 기록된 서울의 상승폭은 전주(0.05%)보다 둔화됐다. 11월 이후로 들어오면서 주간 아파트값 상승폭이 또렷하게 하향곡선을 타타내고 있다.
올해 아파트 매매가 누적 상승률(1월부터 12월 1주차까지)은 0.85%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5.83%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입김이 큰 서울의 아파트 오름폭은 지난해 수준에 못 미쳤다. 올해 12월 첫 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서울 평균이 3.60%로 기록됐고 강북과 강남은 각각 2.88%, 4.19%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엔 ▷서울 8.01% ▷강북 7.10% ▷강남 8.77% 수준이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주택시장에서 투자수요가 상당히 위축됐는데 이는 11ㆍ3 대책의 효과로 보인다”며 “실수요자들은 하락폭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적당한 매수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이달 11일까지 서울에선 2644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일평균 거래량은 240건으로, 작년 12월의 일평균(262건)에 못 미친다. 월말까지 여전히 20일이 남았기에 잠정적인 전망이나,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거래량은 작년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분양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적으로 46만1704명이 청약에 나섰다. 전달 청약자(82만6000여명)보다 44% 가량 줄어들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판이 바뀌면서 몇몇 사업장의 일부 주택형은 1순위 마감에 실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의 주택시장 상황을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해가 바뀌고 이사철이 되면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 상승세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탄핵정국 등 주택시장 바깥에 놓인 변수의 앞으로 추이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지금까진 분양 사업장이든 일반 아파트든 투자수요자들이 몰려 붐업이 되면 ‘분양권 웃돈이 얼마다’, ‘시세차익이 얼마’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실수요자도 우르르 몰려가는 식이었다”며 “앞으로는 이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수요자들은 집값이 확 떨어지길 바랄 것이고, 신규 사업장에선 분양가까지 낮추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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