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지난달 수도권 주택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아파트 거래량이 역대 최대로 늘었고, 시세 상승세도 이어졌다. 지난해 발표된 8ㆍ2 대책과 대출규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들이 4월부터 일제히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간의 상승에 따른 피로감도 또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ㆍ경기 예외없어=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2980건을 넘으면서 역대 3월 거래량으로 가장 많았다. 노원구(1261건), 성북구(991건), 강서구(878건), 강남구(730건), 강동구(610건) 등에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도 1만5712건으로 2015년 이후 가장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 경기도 아파트는 최근 10년간 3월 평균 1만200여건 정도 거래됐다. 지난달엔 용인시(2680건), 고양시(1407건), 성남시(1359건), 수원시(1323건), 화성시(932건) 등에서 특히 거래가 많았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을 서두른 게 최근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평가된다. 아파트 거래 신고는 계약 후 60일 이내 해야 하기 때문에 3월 신고 건에는 올해 1∼2월 계약된 것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급해도 급매는 ‘노(No)’=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을 서두른다고 해도 급매물로 싸게 거래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계속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2월 서울 아파트값은 2.75% 올랐다. 벌써 작년 한해(4.69%) 오름폭의 절반 수준까지 상승한 셈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0.28%)와 인천(1.49%)도 아파트값이 소폭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2013년까지 하락하다가 2014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5년째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고가 아파트 상승폭이 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국내 시가 총액 기준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의 2월 아파트값은 전년 동기 대비 25.63%나 폭등했다. 이는 국민은행이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오름폭이다.
▶경매시장도 ‘활활’=주택 매매시장의 활기는 경매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1.6%를 기록해 역대 가장 높았다. 낙찰률(경매 물건 대비 낙찰 건수 비율)도 57.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지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서울 아파트 10채 중 6채가 주인을 찾고, 모두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매 관련 지표는 보통 매매시장의 선행지수로 통한다. 경매 응찰자들이 향후 집값 전망을 고려해서 입찰가를 정하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건 향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응찰자들이 경쟁적으로 입찰가를 높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급은 계속되는데...=또 다른 주택 시장 선행지수인 ‘주택 인허가’ 실적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2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8만1092건으로 최근 10년간 평균인 7만여건 보다 1만여건이나 많다. 이중 절반 이상인 4만1495건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인허가 물량이다. 건설사들은 주택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택 인허가를 많이 받아 공급을 늘리려는 경향이 생긴다.
실제 주택이 지어지는 주택 준공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 1~2월 전국에 걸쳐 11만2590채가 준공됐다. 이는 최근 10년간 1~2월 연평균 준공 가구 수인 6만여건의 두 배 수준이다. 이중 절반 정도인 5만6392가구가 수도권에 들어섰다. 특히 경기도에만 4만1204건이 지어져 ‘입주폭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공급이 집중됐다.
▶전세하락...역전세 우려도=주택이 새로 대거 준공되면서 전세 물건이 늘면서 수도권 전셋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서울(0.45%)을 제외하고 경기도(-0.78%)와 인천(-0.17%) 아파트 전셋값은 모두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도 상승폭이 줄고 있어 조만간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최근 10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전셋값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