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특위)가 22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안을 내놓자 반응이 극과 극이다. 한쪽에선 ‘과도한 징벌적 폭탄’ 수준이라고 우려하는데, 다른 쪽에선 “인상폭이 미미해 실망스럽다”고 주장한다.
헤럴드경제가 KB국민은행 원종훈 세무사에 의뢰해 시나리오별 종부세 부담 변화를 산출해 봤다. 1주택자에 대한 부담은 어떤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크지 않지만,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세금 인상 상한선(50%)도 넘을 만큼 급증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재정특위가 제시한 종부세 강화안은 ‘공시가액비율 인상’, ‘세율 인상’, ‘공시가액비율 및 세율 인상’, ‘1주택자와 다주택자 차등 과세’ 등 네 가지다.
먼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공시가액비율 인상안을 보자. 현재 80%에서 90%로, 다시 100%까지 올리는 방향이다. 공시가격이 13억5200만원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4㎡를 소유한 1주택자는 현 제도에서 113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공시가액 비율을 90%로 높이면 127만원, 100%로 상향하면 141만원을 내야 한다.
세율만 0.05%p~0.5%p 높이는 방향도 종부세 부담 증가는 미미하다. 공시가격 20억원 미만은 거의 변화가 없고, 그 이상 고가주택만 소폭 늘어난다. 공시가 23억400만원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170.88㎡ 소유자의 경우 507만원에서 539만원으로 종부세가 32만원 는다.
공시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인상한다고 해도 1주택자는 앞서 시뮬레이션한 공시가액비율 상향에 따른 부담 외에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세금은 미미하다.
특히 1주택자는 고가주택 보유자라고 해도 장기보유, 고령자 등 공제를 많이 받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많지 않다.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느는 대상은 다주택자다. 다주택자의 경우 공시가액비율과 세율을 모두 올려 적용받는 방향이 유력하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4㎡와 공시가 11억8400만원인 송파구 잠실엘스 119.93㎡를 소유한 A씨를 가정해 보자. 정부가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향대로 공시가액비율을 80%에서 85%로 올리고, 세율을 0.5%p 높인다면, 873만원 내던 종부세를, 53%나 많은 1337만원 내야 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은 “결과적으로 강남권 등 고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 이후 공시가격의 실거래 반영률이 높아질 예정인 만큼 세금 부담이 폭증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7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종부세 과세 인원은 총 33만5591명이고 이중 50.2%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서울 물량의 60%는 강남권에 몰려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부세 10분위 분포별 점유를 보면, 상위 10%에 87.7%가 쏠려 있는 상황”이라며 “자산 불평등을 분배로 교정해 형평성을 추구하겠다는 현정부의 보유세 강화의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재정특위는 이번에 발표한 보유세 인상안에 대해 공청회를 거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7월 중 정부안을 결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