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약세 전환으로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이른바 '깡통전세'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신축보다는 입주 10년 초과 30년 이내 구축 아파트에서 깡통전세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초과하는 단지가 국소적으로 있어 세입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임대차계약 종료 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6일 부동산R114이 지난달 말 기준 매매·전세가격이 확인되는 수도권 아파트 총 337만684가구를 분석한 결과 전셋값이 매매가의 80%를 초과하는 아파트는 12만6278가구로 집계됐다. 전체의 3.7%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의 경우 전체 46만1790가구 중 6.1%인 2만8217가구가 깡통전세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기 5.5%(172만6393가구 중 9만5558가구) ▷서울 0.2%(118만2501가구 중 2503가구)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매매가격 하락 폭이 크고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된 아파트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깡통전세 위험은 대체로 구축 아파트에서 두드러졌다. 전세가율이 80%를 초과한 수도권 아파트 12만6278가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입주 21~30년 이하 아파트가 7만5203가구로 59.6%를 차지했다. 11~20년 이하가 3만4428가구(27.3%)로 뒤를 이었으며 6~10년 이하는 9663가구(7.7%)였다. 입주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경우 비중이 0.9%(1091가구)로 현저히 낮았다.
다만 30년 초과 아파트는 구축임에도 전세가율 80% 초과 가구 수가 5893가구(4.7%)에 불과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큰 재건축 단지가 상당수 포함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번에 조사한 30년 초과 아파트 총 59만8007가구 중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파트 20만145가구(33.5%)는 모두 전세가율이 80%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는 빌라, 단독 등 다른 주택 유형에 비해 깡통전세 위험이 낮지만 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이나 단지를 중심으로는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전세가율은 일반적으로 서울보다는 인천과 경기가, 신축보다는 구축에서 높게 나타나며 집값 호황기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후 빠르게 조정되는 단지도 깡통전세 발생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